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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 리뷰 | 탐욕의 수렁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서론: 인간의 밑바닥 욕망을 파헤치다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싼 다섯 인물의 파국적인 욕망을 담아낸 범죄 스릴러입니다. 김용훈 감독의 데뷔작이자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인 이 영화는 다층적인 플롯과 시계열 교차 방식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절박함이 어떤 선택을 낳는지를 철저히 보여주는 블랙 누아르입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출처: 비에이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줄거리 요약: 얽히고 설킨 돈가방의 행방

허름한 찜질방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 중만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어느 날 사우나 락커에 방치된 현금 가방을 발견한 그는 고민 끝에 이를 숨깁니다. 한편, 사기 사건에 휘말려 도망 중인 미란은 자신을 폭행하던 남편을 죽이고, 태국에서 도박장 매니저로 일하던 연인은 기이한 제안을 받습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 이 돈가방을 둘러싸고 하나둘씩 얽히면서,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각 인물의 시점을 분절적으로 전개해, 동일한 사건을 여러 번 다른 시각으로 조명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등장인물: 끝없이 추락하는 욕망의 화신들

  • 중만 (배성우): 무기력한 가장이자 찜질방 사우나 직원. 우연히 돈가방을 발견하며 욕망의 문을 열게 됩니다.
  • 연희 (전도연): 위험한 선택을 반복하는 여성.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 태영 (정우성): 도박장 매니저. 연희의 제안을 받고 점차 도덕적 경계를 허물며 타락해 갑니다.
  • 순자 (윤여정): 노년의 삶을 홀로 버텨내던 여성이 뜻밖의 기회를 마주하고 욕망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 영선 (정만식): 연희의 폭력적인 남편. 이야기의 전환점을 만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핵심 주제: 탐욕, 절망, 그리고 선택의 무게

  • 돈이 지배하는 세상: 영화는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인간 관계와 윤리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 절박함이 만드는 비극: 각 인물은 단순한 악인이 아닌, 각자의 사연과 생존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 선택의 결과와 되돌릴 수 없는 파멸: 작은 선택이 어떤 연쇄를 만들고, 결국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묘사합니다.

 

연출과 구성: 플래시백의 힘과 시선의 전환

김용훈 감독은 각 인물의 시점을 플래시백 형식으로 교차 구성하여,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교묘하게 조작합니다. 이 방식은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를 주면서도, 숨겨진 진실을 하나씩 드러내며 몰입감을 배가시킵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처음에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들이 하나둘씩 맥락을 갖추며 연결되고, 이 모든 서사가 돈가방이라는 매개를 통해 집결되는 순간의 짜릿함은 매우 강렬합니다.

 

연기와 캐스팅: 욕망의 표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배우들

배성우는 일상 속에서 짓눌린 중년의 절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전도연은 복잡한 내면의 연희를 차갑고도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정우성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무기력한 인물을 택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윤여정은 노년의 현실을 체념과 욕망 사이에서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각각의 인물은 분량이 고르게 배분되어 있어, 누가 주인공이라 단정짓기 어려울 만큼 모두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비평과 의미: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도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기존의 한국 누아르 영화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소시민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액션보다는 서사와 인물의 선택에 집중하며, 선악의 구분을 흐리게 만듭니다. 이 점은 오히려 관객이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들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되묻게 합니다.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매끄럽지 않은 선택들로 인해 더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결론: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제목처럼 벼랑 끝에 몰린 인간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담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엮인 플롯과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 영화를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작품으로 만듭니다. 누군가의 실수와 선택이 누군가의 절망이 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과연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참고 링크

나무위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필모그래피

윤여정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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